top of page

sehaya

인어가 사는 바다

그 어촌 마을엔 강한 바람이 자주 불었다.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마을을 한 번 휩쓸고 지나간 날이면, 바닥을 뒹굴거리는 길고양이의 털에서조차 짜디짠 소금 냄새가 났다. 동해의 십억 분의 일도 안 되는 면적을 가진, 판자와 초가로 만든 스무 개의 가구가 마을의 전부인 곳.

부둣가에 묶인 어선 다섯척, 길가에 널브러진 그물망, 반쯤 부서진 부표와 해안가의 임시 방파제. 그 어촌 마을의 입구에는 거대한 버들 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하늘에는 새하얀 뭉게구름이, 모래에는 반짝이는 소금 결정이 있었다. 바다와 바람, 자연이 숨 쉬는 작은 어촌 마을의 하루는 언제나 꽃이 피는 것보다 느긋하게, 그리고 비단결보다 부드럽게 흘러가곤 했다.

 

[독중]인어가 사는 바다

By. SEHAYA

 

 “상어요?”

 ‘글쎄 쌔까만 것이 엄청 커다란 놈이었다니까 그러네. 고것이 고랜지, 상언지 내는 모르겄고.’

 “알겠습니다. 제가 확인해 볼게요.”

 ‘그려. 수고해~’

 

뚝. 미련없이 끊기는 전화기를 바라보며 독자는 앓는 소리를 냈다. 오늘은 멸치 머리나 따면서 한가하게 보내려고 했는데.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한 그가, 마루 위에 펼쳐져 있던 돗자리를 정리하며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나무 바닥에 작은 은색 부스러기가 흩어지는 것이 보였으나, 빗자루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듯 독자는 마당으로 난 창호를 열었다. 강한 바람과 함께 시원한 바다 냄새가 불어온다. 이 정도면 환기도 되고, 먼지도 다 날아가겠지. 수경이 듣는다면 기함을 할 소리였지만 그녀는 지금 바다에 나가 부재중인 상태였고, 독자를 막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박, 사박,

 

모랫길을 걸으며 바다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경사가 그리 높지 않다고 해도 독자의 집은 마을의 가장 꼭대기에 있었기에, 그는 마을 내의 모든 집을 지나야 해안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넓어봤자 시골 마을은 결국 시골 마을.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쏴아아아- 하는 거대한 파도 소리가 독자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흔히 ‘마을의 입구'라고 불리는 선착장에 도착한 것이다. ‘어서오세요. 동부성(東浮星)’이라는 글자가 각인된 바위와, 적어도 10m는 훌쩍 넘는 크기의 버들 나무를 바라보면 ‘바다에 왔다'는 느낌이 조금 더 확연하게 와닿는 기분이었다. 비단 독자 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모든 사람이 그럴 것이다. 마을 사람들보다 더 오래 바다를 지키고 있는 것들이었으니까.

독자는 잔가지가 흔들리는 버드나무를 응시하다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조금 더 감상에 젖어있어도 좋았겠지만, 지금은 확인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방파제로 가야 했다. 마을의 임시 방파제는 선착장에서부터 오른쪽으로 100m만 걸어가면 나오는데, 원래는 맨땅이었던 곳이 3년 전의 홍수로 급하게 만들어진 곳이다. 정성들여 짓지 않아 방파제 사이 사이의 틈이 넓은 편이었고, 버려진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그 사이로 꼼짝없이 갇히는 일도 다반사였다. 이번엔 조금 커다란 물고기가 잡힌 것 같은데, 마을의 모든 젊은 남자들이 수경과 함께 바다로 나갔으니 독자가 그들을 대신하는 거다. 나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수경에게 특훈을 받아 왔고, 나이야 한참 어리다지만 물고기와 바다에 대한 지식수준은 그들과 엇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모자랄 것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지금, 독자는 그 자부심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다.

 

 “차라리 상어면 낫지…”

 

공들여 찾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마치 말린 건어물 마냥 방파제 위에 늘어진 새까만 물체. 그것이 상언지, 고랜지 모르겠다던, 족히 1m는 되어보이는 꼬리 지느라미를 가진 생명체가 실타래처럼 얽힌 그물에 묶여 간신히 숨을 내쉬고 있었다. 숨을 내쉬고 있다. 물고기 주제에 왜 뭍에서 숨을 쉬고 있냐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차릴 수 없는, 곧 끊어질 것처럼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축 늘어진 등은 분명 아주 조금씩 고통스럽게 들썩거리고 있었다. 물론 물고기가 들썩거린다고 그게 숨을 쉬는 행위일리야 없겠지마는, 인어는 반은 사람이니까.

인어. 그래 인어였다. 상체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선 허리 아래론 칠흑의 지느러미를 가진. 독자의 눈앞에 널브러진 인어라는 존재는 이곳을 벗어나려 얼마나 발버둥을 친 건지 검은 지느러미에서 핏물이 잔뜩 배어나오고 있었다. 그물에 걸린 돌고래나 거북이를 구조하는 법은 알려줬어도 인어를 구하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찌됐든 이대로 두면 정말 녀석이 죽어버릴 것 같아, 독자는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우선 인어를 집에 먼저 데려가고, 그다음엔… 그녀가 돌아오기 전까지 차차 생각하자.

 

 “분명 어린이 풀장이 있었는데…”

 

덜그럭, 덜그럭, 창고를 뒤지는 독자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낭패라는 글자가 얼굴에 가득 쓰여진 그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어린이용 수영장을 찾고 있었다. 하필 자신의 집에 욕조가 없다는 사실을 욕실 문을 열고서야 깨달았달까? 몸이 마르지 않도록 인어를 한쪽 벽면에 앉혀 놓고 물을 틀은 샤워기를 고정해 놓긴 했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버틸 수는 없으니 말이다. 다행히 어릴 때 잠깐 사용했던 튜브 수영장이 떠올라 무작정 창고로 달려오긴 했는데, 생각보다 이것저것 잡동사니가 많아서 애를 먹는 중이었다.

 

 “뭔 장난감이 이렇게 많아… 아!”

 

슬슬 포기할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둥실둥실 표류할 때쯤, 장난감이 잔뜩 쌓인 우유 박스 속에서 간신히 접혀있는 튜브를 발견했다. 먼지가 많이 쌓여있긴 했으나, 어차피 물로 씻어낼 것이었다. 창고 한쪽에 놓여 있는 공기 주입기를 마저 챙겨들고 독자는 빠른 걸음으로 마당을 향해 걸어 나갔다. 약 10분 가량 쉬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며 바람을 주입한 수영장은, 그 높이가 앉은 성인의 어깨높이 정도는 되었고, 생각보다 넓이도 괜찮아서 독자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수영장 속에 물을 채워 넣은 채, 마당에서 방으로 이어진 마루를 지나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쏴아- 샤워기는 쉴새 없이 물을 내뿜으며 반질거리는 검은 지느러미를 적시고 있었다. 새하얀 타일과 너무나 대조되는 칠흑색의 인어. 여전히 눈을 뜨지 못한 그를 조심스럽게 들쳐멘 독자가, 한 손엔 약품 상자를 챙겨들고 마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상처가 심한 지느러미만 치료하느라 알아채지 못했던 생채기가 이곳저곳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얌전히 인어를 수영장 안으로 내려다 놓은 독자는 마치 부모님이 넘어진 아이에게 연고를 발라주는 것처럼 인어의 몸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다. 5년 전, 막 중학생이 되었을 때 다친 바다뱀을 돌봐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녀석은 건강하게 바다에서 잘살고 있을지, 인어는 언제쯤이면 일어날지. 만약 일어난다 해도 그다음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에 속이 답답해져 갈 때쯤, 끼익-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으악!”

 

덥썩, 강한 악력이 독자의 팔목을 붙잡았다.

무슨 일이니?! 독자의 단말마를 듣고 마당으로 달려온 수경은 순간 멈칫, 자신의 몸을 세우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린이용 수영장에 들어가 있는 남자와 그 남자에게 붙잡혀 있는 자신의 아들. 우리 마을에 저런 사람이 있었나? 뚜벅뚜벅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던 수경의 얼굴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 갔다. 물에 잠겨 있는 남자의 다리를 발견한 것이다. 역시, 아무리 오래 바다에 나갔다고 한들, 인어를 본 적은 없었나 보다. 딱딱하게 굳은 수경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독자는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그래, 뭐.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일도 많이 일어나니까.”

 

그래도 진짜 인어가 있을 줄은…

조용하게 내뱉어진 수경의 혼잣말에 독자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마루에 걸터앉은 두 사람은 검은 인어가 존재하는 마당을 바라보며 각자 여러 생각을 하는 듯 보였다. 고요한 정적이 공기를 감싸고, 풀벌레 우는 소리가 간간히 파동을 만들었다. 원래도 아주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모자 사이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이렇게 조용한 분위기는 어색했다. 결국 수경은 바닥을 쳐다보고 있는 독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둘이 고민해봤자 뭐가 나올 것 같지는 않고, 쟤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빠르지 않겠어? 수경이 가르키는 방향을 따라 인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독자가, 금세 걸음을 옮기는 그녀를 쫓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기 다친 건 괜찮니?”

 “…”

 “혹시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줄래?”

 “…”

 “사람 언어를 안 쓰나…?”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음에도 아는 체 않더니, 검은 인어는 수경의 물음에 그저 흉흉한 눈을 빛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 팔을 붙잡을 땐 당장이라도 말을 할 것처럼 살벌하게 굴더니, 왜 갑자기 모르는 척이지? 등을 꼿꼿하게 세우곤 아예 고개를 돌려버리는 인어의 모습에 독자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인어가 눈을 뜨면 뭐라도 알아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모든 일이 잘 풀리지는 않는 것 같다.

 

 “일단 배고플 테니까 밥부터 먼저 먹자. 독자 너는 냉장고에 있는 생선 손질해서 쟤한테 가져다주고.”

 

더 붙잡고 있어봤자 시간 끌기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아서인지 수경은 빠른 포기와 함께 저녁 준비를 돌입했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독자는 냉장고에서 고등어 한 마리를 꺼내 마당으로 나아갔다. 오늘 아침 갓 잡아온 놈이니 상하지는 않았겠지. 저녁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지만, 어느새 하늘에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동부성은 동쪽의 끝에 있었기에 한여름에도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지는 편이다. 불그스름하게 번진 아름다운 하늘을 한 번쯤은 올려다볼 법한데, 인어는 여전히 바르고 꼿꼿한 자세로 담장 너머 저 멀리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배 안 고프냐?”

 “꺼져라.”

 “역시 말할 줄 알았구나. 근데 왜 엄마 앞에선 얌전하더니…”

 “얼른 나를 바다로 되돌려 놔라.”

 

 아…

분노로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를 내려다보며 독자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혼란스러운 건 사람뿐만이 아니었겠구나, 그제서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까부터 녀석이 바라보던 방향, 그쪽은 분명 바다가 있는 곳이다. 녀석은 불안해하고 있었다. 하기사 갑자기 그물에 걸려 죽을 위기에 처한 데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눈을 떴으니, 당장 눈앞의 사람이 곱게 보일 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인어의 얼굴은 점점 더 사납게 굳어가고, 독자는 눈알을 굴리다가 이내 그의 곁으로 털썩 몸을 주저앉혔다. 정말 곧 때리기라도 할 것처럼 잘생긴 미간이 와그작 구겨진다. 인어가 동화 속 존재라서 그런지 정말 잘 생기긴 했는데, 원래 이렇게 무서운 애들인가?

 

 “그 몸으로 나가봤자 멀리 가지도 못할 걸.”

 “그건 내가 판단한다. 얼른 나를 풀어라. 인간.”

 “내가 무슨 납치해온 것처럼 얘기하지 말아 줄래.”

 “네 녀석이 나를 잡아왔지 않나. 뻔뻔하군.”

 “아니, 너야말로 생명의 은인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나는 치료해주려고 데려온 건데.”

 “………정말인가?”

 

움찔. 믿어도 되냐는 듯한 그의 말투에 독자는 순간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가 귀여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단단해 보이는 벽이 사실 높이가 높지 않아서 훌쩍 뛰어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의 경계심을 완전히 낮춰야 하는 입장에선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든 독자에겐 상처가 온전히 나을 때까지 그를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었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궁금한 것들도 많았으니까.

 

 “다친 곳만 아물면 바다로 꼭 데려다줄게.”

 “그걸 어떻게 믿나.”

 “믿어야지. 여기서 널 도와줄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아, 우리 엄마도"

 “…”

 “괜찮아. 지느러미가 다 나을 때까지만 도와줄게. 다른 사람한테 네 존재를 말하지도 않을 거야. 믿어도 돼.”

 “…알겠다.”

 “이름이 뭐야?”

 “유중혁이다.”

 

활짝, 예쁘게 미소 짓는 독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중혁은 퉁명스럽게 꼬리를 쳐올렸다. 나는 죽은 생선 따위는 먹지 않는다. 그리고 여긴 너무 좁다. 막 옹알이를 배운 아이처럼 불만사항을 터뜨리는 인어의 모습에 독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밥 다 만들었는데 어디 가?! 수경의 고함이 대문을 뛰쳐나가는 독자의 등 뒤로 쏟아진다. 붕붕 손을 흔드는 독자의 오른손에는 파란 양동이가 들려있었다. 수경은 붙잡을 새 없이 사라지는 제 아들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중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바로 옆 풀밭에 애처로운 고등어 한 마리가 나뒹굴고 있었다. 뭐니 쟤… 수경의 의문은 점점 커져만 가고, 독자의 첫 밤낚시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째서 매일 오징어만 잡아오는 거지? 이제 오징어는 지겹다.”

 “여기는 8월에 오징어랑 고등어만 잡히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네 녀석의 사냥 능력이 형편없다고는 생각 안 하나 김독자?”

 

촤악- 수조에서 튀긴 물로 물범벅이 된 독자가 이를 바득 갈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수영장을 새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었는데. 이주 전, 어린이용 수영장이 너무 비좁다는 중혁의 말을 따라 직접 공수해온 판자로 대형 수조를 만들었던 독자였다. 꼬박 나흘이 걸려 대형 수영장을 완성해 줬더니만, 이 까다로운 인어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길때마다 독자에게 물을 쏟아부어 그의 신경질을 돋궜다. 밥은 무조건 싱싱한 어패류로 준비해야 하고, 물은 바닷물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3일에 한 번씩은 갈아주어야 한다. 특히 입맛이 정말 까다로워서, 자신에게 맞는 싱싱함의 기준이 아니면 언제나 지느러미로 물을 튀겼다. 아마 이주 사이에 사흘에 한 번 꼴로 물벼락을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독자는 매끈매끈한 오징어를 손에 쥔 채 까탈스러움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인어에게 억지웃음을 지었다. 진짜 싸우고 싶은데, 먼저 물에 끌려들어 가서 질식사할까 봐 참는 건 절대 아니다.

 

 “그래. 그래. 내 사냥 능력은 형편없으니까 빨리 나아서 바다로 나가야지. 근데 회복에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중혁아? 일단 잘 챙겨 먹자.”

 

‘바다’라는 단어에 흉흉하게 빛나던 눈빛이 조금씩 사그라져갔다. 여전히 오징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깝지 않았으나, 이 정도면 입에 직접 대주는 음식을 거부하진 않을 것이다. 미간에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오징어를 물어가는 중혁을 보며 독자는 짧은 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이 돌보는 개체가 인어인지, 고양이인지, 슬슬 헷갈릴 지경이었다. 반질반질 빛나는 지느러미만 아니었어도 어쩌면 검은 고양이가 더욱 어울렸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기엔 그가 바다를 너무 좋아했지만.

수면 안쪽으로 잠수하는 중혁의 뒷태를 감상하며 독자의 눈이 다정하게 휘어졌다. 2주라는 시간 동안 둘 사이의 관계는 꽤나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투닥거리기야 항상 투닥거리지만, 중혁은 그 시간 동안 독자에게 자신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래서 독자는 그의 고향이 동북해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수온이 차고 유속이 빠른 북해 바다의 인어가 남해 인어보다 투박한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중혁은 투박하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중혁의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물 안쪽에서도, 바깥쪽에서도, 독자는 태어나서 그렇게 반짝거리는 검은빛을 본 적이 없다. 바다에선 분명 더 아름답게 빛나겠지.

비단처럼 살랑거리는 머리카락, 부드럽게 휘어지는 지느러미, 그리고 물속에서도 또렷하게 빛나는 눈. 모든 것이 바다에서 살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이런 자그마한 수영장이 아니라, 끝도 알 수 없는 넓은 바다를 유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몸. 중혁은 머지않아 건강해진 모습으로 이곳을 떠날 것이고, 아름다운 북해로 나아 갈 것이다. 그 전까진, 최선을 다해 너를 도와야지. 물살에 일렁이는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던 독자가, 어쩐지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물속에 손바닥을 담갔다.

 

 “정말 많이 나았구나. 이 정도면 북해까진 못 가더라도 이 앞은 나갈 수 있겠어.”

 “새벽에 나가보려고요.”

 

수영장 속, 유유자적 헤엄치는 중혁의 모습을 훑으며 수경이 감탄을 내뱉었다. 상처가 깊숙히 파였던 지느러미엔 어느새 새 살이 돋아났고, 작은 생채기는 이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완쾌된 상태였다. 물속에서 저런 속도로 살이 붙는다니, 역시 인어는 인어구나. 하지만 아무리 중혁이 인어라 한들, 새벽 바다에 둘만 보내는 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침 5시부터 어선에 올라야 하는 자신이 밤을 새우는 것도 무리였고.

 

 “걱정 마라. 김독자가 멍청하게 빠지지 않도록 잘 보고 있을 테니.”

 

뭐, 하긴. 열아홉 살이나 된 아들놈을 걱정하는 것도 너무 오지랖이겠지. 슬쩍 자신의 눈치를 보는 중혁의 얼굴을 마주하며 수경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 잘 다녀오거라. 수경의 허락에 그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눈에 띈다고 해도 독자만 겨우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휘적휘적, 아주 미세하게 빨라지는 중혁의 지느러미 움직임을 보며 독자는 겨우 웃음을 참아냈다. 저렇게 기분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조금 더 빨리 그를 바다에 데려가 줄걸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꼭 이런 자세로 가야하나?”

 “업기엔 다리가 불편하니까, 조금만 참아 임마.”

 

마을 사람 모두가 잠든 새벽 두 시, 중혁을 품에 안아 든 독자가 마을을 가로지른다. 중혁의 지느러미가 마르지 않도록 물에 적신 수건을 두른 탓에, 독자의 티셔츠는 이미 흠뻑 젖어 있었다. 안고라도 갈 수 있는 게 어디냐고, 어릴 때부터 수경의 일을 돕지 않았다면 무거워서 들고 가지도 못했을 거라고. 확실히 다리는 사람보다 가볍다 해도, 어쨌든 청소년 남성 정도의 무게였다. 썩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땀방울이 맺힌 독자의 이마를 올려다보며 중혁은 입을 다물었다.

 

 쏴아아-

 

 

 “아, 도착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느리게 선착장 어귀에 도착한 독자가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중혁을 바다에 내려다 놓았다. 풍덩- 부드럽게 물속으로 빠져든 그는 빠른 속도로 바닷속 어딘가를 향해 자취를 감췄다. 사라진 중혁의 모습을 찾아보려 했지만, 밤바다가 너무 새까매 포기하고 방파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돌아오겠지. 아직 완전히 나은 건 아니니까. 콘크리트 위에 털썩 주저 앉은 그가, 바다 위에 뜬 달을 바라보며 천천히 두 눈을 깜빡거렸다. 쏴아아아- 쏴아아아- 파도 소리를 제외하곤 너무나 고요한 정막이다. 이 물 밑에 그렇게나 많은 생명이 살고 있는 건가 정말?

30분, 1시간.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시계를 가져오지 않은게 다행인지, 불행인지도 모르겠다. 독자는 그저 파도치는 수면을 바라보며 중혁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 또 어딘가 그물에 걸린 건 아니겠지.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중혁아 언제 오냐.”

 

새벽이 밝으면 사람들이 배를 타러 나올 텐데. 독자는 검은 하늘이 밝을까봐, 밤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고개를 수그리지 못했다. 첨벙. 그래서 바다를 내려다 보지 못했고, 첨벙. 어느순간 정적을 깨뜨린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퍽! 독자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으로 떨어진 참돔 한 마리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급하게 바다 밑을 내려다보니, 수면 위로 허리를 반쯤 내밀고 방파제를 올려다보는 중혁의 모습이 보였다.

 

 “김독자.”

 “유중혁?!”

 “왜 불러도 대답이 없지? 드디어 귀가 먹었나 보군.”

 “물고기 잡으러 간 거였냐?”

 “그 정도는 돼야 싱싱한 물고기라고 할 수 있는 거다. 익혀둬라.”

 

팔딱거리는 선홍빛 물고기의 움직임에 독자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지? 우습나? 중혁의 미간이 험악하게 찌푸려졌지만,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광어 한 마리를 이마에 맞고서야 뚝- 웃음기를 거둔 그가, 바다와 가장 가까이 맞닿은 방파제로 걸음을 옮기며 제 앞의 풍경을 바라본다.

황홀하고, 아름다운. 하늘에 뜬 환한 달과 달빛에 넘실거리는 바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새까만 눈 속에 담아내고 있는 인어.

 

 “집으로 가자 중혁아.”

 

독자가 바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온몸으로 밤바다를 빨아들인 존재를 향해 손바닥을 내밀었다. 독자를 가만히 올려다보던 중혁은 달빛에 빛나는 그의 손을 부여잡고 바다를 빠져나왔다.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몸에선 진한 소금 냄새가 났고, 아직은 아니야, 말로 꺼내지 못한 상념이 바다에 가라앉았다.

 미련을 버리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했다.

 

 

 “요즘은 음식 투정 안 부리니?”

 “투정이 아니다.”

 “하하. 그래. 근데 독자 얘는 만날 마당에 나와 있더니, 없으니까 뭔가 허전하구나.”

 

수경이 내미는 다랑어를 받아들며 중혁은 마루로 고개를 돌렸다. 항상 그곳에 앉아 중혁을 바라보던 시선이 존재하지 않았다. 요즈음 독자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마을 어선에 올라 본격적으로 물고기 잡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다로 한 번 나가면 족히 6시간은 기본이기에, 아침에 나간 그를 밤에 보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돌아올 때마다 신선한 생선을 가져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원래 인간들은 이렇게 힘들게 사냥을 하는 건가?

바다에 다녀온 뒤로 둘 사이에는 미묘한 거리감이 생겼기 때문에, 중혁은 에둘러 이 질문을 독자에게 묻지 않았다. 설령 그가 집을 벗어나기 위해 무리를 하고 있다고 해도, 중혁이 그를 막을 이유는 없었으니까.

 

 “참. 독자가 돌아오면 얘기 나누게, 생각 좀 하고 있을래?”

 “뭘 말하는 거지.”

 “바다로 돌아갈 날짜 말이야. 이제 다 나았잖아. 너.”

 

수경을 바라보는 중혁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거렸다. 바다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보다 크게 반응하지 않는 그의 모습에 수경이 픽- 웃음을 지었다. 어찌 됐건 완치가 된 이상 언제까지 이 좁은 수영장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선택을 해야 할 때였다.

 

 “내일 당장 떠날 수도 있어. 잘 생각해 보렴.”

 

중혁은 수경이 떠난 자리에 홀로 남아 우두커니 물의 표면을 응시했다. 오늘 아침에 바쁜 와중에도 독자가 새로 채워넣은 깨끗한 물이다. 사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았는데, 그건 조금 아쉽군. 풍덩- 물속으로 잠기는 검은 몸이 넘실넘실 일렁거렸다. 폭풍이 내리는 바다처럼 어지럽게 휘몰아치던 중혁의 눈이 금새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오늘 바다로 돌아가겠다고?”

 “그렇다. 시간 끌어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째깍째깍- 수경의 시계 초침 소리가 조용한 마당 안을 울렸다. 제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정말로 오늘 당장 떠나겠다는 말이 나올 줄 몰랐기 때문에 수경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다. 3시간 만의 결정이라기엔 굉장히 파격적인 선택을 가져왔군. 자신의 오른쪽에 서 있는 독자를 힐긋, 눈으로 흘긴 수경이 그럼 자신은 트럭을 빌려오겠다며 대문을 벗어났다. 그녀의 손목시계 소리마저 사라진 마당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어쩌면 구름이 흘러가는 소리가 귓가에 들릴 것만 같았다. 결국 수경이 돌아올 때까지 둘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고, 그저 서로가 노을 빛에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오랜 시간 두 눈에 담고 있었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 아니다.

 

 “그럼 나는 묵을만한 곳을 찾아볼 테니까, 인사 잘하고 오렴.”

 

싸아아- 강한 바닷바람이 강하게 머리카락을 흩뜨렸다. 철썩,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익숙하게 귓가를 맴돈다. 북쪽에 도착했을 땐 이미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어있었기에 수경은 민박집을 찾아 민가로 발을 돌렸고, 독자는 트럭 짐칸에 올라 천천히 중혁의 곁으로 다가섰다. 심해 같은 그의 눈은 조용히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자신의 고향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렇게 많이 그리웠을까. 겨우 한 달이라는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바다로 갈까?”

 

중혁이 자신의 눈앞으로 내밀어진 하얀 손을 붙잡았다. 방파제를 건너고 건너 바다의 가장 가까운 곳에 맞닿은 독자가, 중혁의 몸을 조심스럽게 바다의 곁으로 내려놓았다. 저번처럼 또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까 조금 걱정도 들었지만, 중혁은 그저 바다 위로 떠오른 보름달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간 세상이 궁금해서 거대한 유람선을 구경하던 인어공주가 저런 뒷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 당연히 중혁은 공주가 아닌 왕자겠지만, 외형보다는 분위기를 말하자면 말이다.

 

 “중혁아 인어공주 이야기 알아?”

 “인간들의 동화라면 알고 있다.”

 “그럼 진짜 동화처럼 인어가 사람이 되는 법도 있어?”

 “인육을 50년 동안 먹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들었던 것 같군.”

 “…”

 “농담이다.”

 

네가 말하면 농담처럼 안 들리는데. 달빛을 받아서인지 평소보다 더 창백하게 질린 독자의 낯빛에 중혁이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입가에 번진 희미한 미소가 독자의 눈에 멍하니 틀어박혔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도 북해에서 뭍으로 나간 인어가 한 명 있다고 들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칠흑의 바다를 닮은 눈이 독자의 시선을 꿰뚫는다. 심해는 블랙홀과 같다더니, 꼭 자신을 빨아들일 것처럼 소용돌이 치는 감정에 독자는 고개를 수그렸다. 미련가지지 말자, 붙잡지 말자. 두 번의 다짐을 거치고 나서야 독자의 입밖에 ‘그냥'이라는 두 낱말이 내뱉어졌다. 인어는 바다에서 살아야지. 다른 인어가 그렇지 않더라도 중혁은 바다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 태어난 존재였으니까.

 

 “그런가… 그럼 이제 슬슬 가봐야겠군. 잘 지내라 김독자.”

 

알지만, 알고 있지만.

풍덩- 미련 없이 사라지는 중혁의 뒷모습을 눈으로 쫓으며 독자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바쁜 척하지 말걸. 괜히 날마다 어선에 올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더 오래 그와 함께 있을걸.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중혁을 보내주는 일도 쉬워질 줄 알았는데, 후회만 밀려왔다. 바다에 자주 나가다 보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한 번쯤은 만나러 와주지 않을까. 아니면 내가 여기로 이사를 올까. 그렁그렁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들이 하나둘씩 떨어져 내렸다. 고작 한 달 같이 있었을 뿐인데,

 

 “계속 함께 있고 싶어.”

 

한 달이나 같이 있었는데 왜 나는 아무런 말도 전하지 못했지.

 

 “그런 건 상대방이 앞에 있을 때나 말해라.”

 

뚝뚝, 처량하게 떨어진 눈물이 회색의 콘크리트 위에 물자국을 만들어 냈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중혁의 목소리에 급히 고개를 치켜든 독자가, 제 앞에 존재하는 검은 인어의 형상을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간 거 아니었어? 멍청하게 묻는 질문에 중혁이 불쑥 수면 위로 자신의 팔을 뻗었다. 맞는 건가? 라는 생각이 독자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중혁은 그저 자신의 차가운 손으로 독자의 뺨을 잡아내릴 뿐이었다.

 

 “중혁아?”

 

차가운 감촉이 이마에 맞닿았다가 짧게 떨어져 나갔다. 지금 뭐가 지나간 거지. 엉거주춤 엎드린 자세로 독자는 혼란스럽다는 듯 중혁을 바라봤다.

 

 “네 녀석이 함께하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나. 김독자. 나는 지금 약속을 하고 있는 거다. 드디어 네가 이유를 만들어 줬으니,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만나러 오겠다고.”

 

차가운 이마가 맞닿는다. 다시 만나지- 조용하게 속삭인 기약이 천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그가 떠나간 자리엔 은은한 달이 떠올랐다. 정말로 떠났구나. 독자는 천천히 앉은 몸을 일으켜 무거운 다리를 움직였다. 반드시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을 들었으니, 자신도 그를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돌아가야 했다.

 

 “계속 기다리고 있을게.”

 

어둠이 내려앉은 바다, 등을 돌린 독자의 뒤로 검은 파도가 넘실거렸다. 미처 듣고 가지 못한 그 약속을 전해주려, 파동에 올라탄 푸른 달빛은 심해로, 심해로, 끊임없이 자신의 빛을 내뿜었다.

 

오랜 기다림의 시작, 약속의 바다가 그렇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해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많을 것 같아 해설을 추가합니다(글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ㅠ^)

독자의 경우 계속 중혁이가 떠나가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를 위해 붙잡지 않으려고 합니다. 인어는 바다에 살아야 인어니까요. 그가 자유롭길 바라기 때문에 중혁이를 붙잡고 싶어하는 마음을 계속 모르는 척 합니다. 사실 쭈욱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아직'은 아닌 거라고 합리화 하면서 언젠가는 보내줄 수 있다고 말하죠. 하지만 막상 정말 그가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땐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게 됩니다. 자신의 마을을 털어 놓았고, 중혁이가 그걸 듣게 되죠.

중혁의 경우는 정말 바다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실, 독자가 붙잡았다면 기꺼이 수영장 생활도 계속 해줬을 겁니다. 그러나 독자는 계속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척 하고, 일부로 바쁘게 어선 일까지 도와가며 중혁과 떨어지기 위해 애를 씁니다. 중혁은 그런 독자를 붙잡지 않죠. 인어니까요. 중혁이는 뭍을 밟고 선 독자를 뒤따라 걸을 수 없고, 그래서 그저 지켜보기만 합니다. (자신을 멀리하는 독자를) 막을 이유가 없다는 건, 사실 막을 수 있는 이유가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함께있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를 붙잡아도 되는 이유가 생겼으니, 중혁은 오랜 시간이 걸려도 사람이 되는 법을 알아올 겁니다. 아마 다시 만나는 날은 독자가 28살이 될 때가 아닐까 싶네요.

이마 키스

변하지 않을 사랑과 우정

©2019 by 독자중혁 키스합작. Proudly created with Wix.com

  • twitter
bottom of page